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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드라마 속 양자역학

우슬 2017. 9. 3. 17:28

20세기 가장 성공적인 과학 이론


1900년대 초에 형성되기 시작하여 급격한 성장을 이룬 양자역학은 20세기 가장 성공적인 과학 이론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인간의 직관을 거스르는 양자역학의 기본 가설들에도 불구하고 이론이 실험 결과들을 정확히 예측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양자역학의 표준모델(Standard Model)이 처음 예측하고 2008년에 완공된 CERN의 강입자 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 LHC)가 2013년 10월 6일 그 존재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한 힉스 보손 입자(Higgs Boson)는 양자역학의 최근 성공 사례 중 하나이다. 


천체 물리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으며 최근에는 양자 화학, 양자 생물학, 양자 컴퓨터 등으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양자역학의 영향력은 과학계에만 머물지 않았다. 양자역학의 기묘한 가설과 현상들은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으며 드라마와 영화, 만화, 소설의 소재로 사용되었다. 

양자 컴퓨터 (Quantum Computer)



작년 방영을 시작 후 한 시즌 만에 캔슬된 미국 드라마 The Blacklist: Redemption은 세상의 모든 컴퓨터를 해킹할 수 있는 양자 컴퓨터를 두고 하그레이브(Hargrave) 집안이 운영하는 사설 군사 회사 내의 음모와 배신을 그리고 있다.

양자 컴퓨터는 양자 역학의 기본 이론인 입자의 상태 중첩(Superposition) 상태를 정보의 기본 단위로 하는 큐비트(Qubit)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입자의 상태 중첩이란 입자는 동시에 여러 상태를 가질 수 있고 동시에 여러 장소에 존재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원자가 고 에너지 레벨 상태이면서 저 에너지 레벨 상태이고 A에 존재하면서 B에도 동시에 존재한다는 가설이다. 말이 안되는 이론 같지만 실제 실험 관찰 결과와 지속적으로 일치하기 때문에 양자 역학에서는 사실로 받아 들이고 있다.


상태 중첩의 대표적인 예가 빛이다. 빛은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이라고 현대 과학은 결론 내리고 있다. 또 다른 예는 전자를 이용한  이중 슬릿 실험(Double-slit experiment)이다. 빛이 두 개의 병렬 슬릿을 가진 벽을 통과하면 만든 파동 간섭 무늬를 관찰한 실험을 1974년 이탈리아의 물리학자들이 응용했다. 빛 대신에 전자를 사용하고 이중 슬릿 대신에 복 프리즘(biprism)을 사용하여 전자 하나씩 시간 간격을 두고 프리즘을 향해 쏜 것이다. 이 실험에서 과학자들은 앞선 전자의 이동 궤적을 알 길이 없는 전자들이 빛의 간섭 현상과 유사한 간섭 무늬를 만드는 놀라운 현상을 목격했다. 개별 전자가 기록지에 찍히는 모습은 입자와 특성을 나타내고 그 개별적인 전자가 만든 점들이 모여 간섭 무늬를 만든 것은 전자의 파동 특성을 나타낸다.


양자 컴퓨터는 입자의 상태 중첩 중 특히 전자의 양자 상태를 나타내는 양자수(Quantum number) 중 하나인 스핀 양자수(Spin)의 상태 중첩을 이용한다. 전자의 스핀 양자수는 파울리의 배타 원리에 따라 전자가 전자 껍질(Electron shell)을 채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핀 양자수는 -1/2, +1/2 두 개의 값을 가질 수 있다. 파울리의 배타 원리에 따르면 스핀 양자수가 다른 두 전자는 하나의 전자 껍질을 공유할 수 있다. 

전자의 스핀 양자수가 동시에 두 개의 값을 동시에 지닐 수 있다는 특성은 큐비트를 사용하는 컴퓨터가 여러 연산을 병렬 처리하는 능력으로 연결된다. 병렬 연산 능력은 정렬되지 않은 데이터를 검색하는 컴퓨터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증가 시킨다. 즉 일반적인 컴퓨터를 이용해 100개의 정렬되지 않은 데이터에서 특정 값을 찾고자 한다면 최악의 경우 100번의 비교 연산을 수행해야 한다. 양자 컴퓨터는 이 검색을 단 한 번의 연산으로 끝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이런 특징은 기존 컴퓨터 알고리즘에서 검색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항상 데이터를 정렬하고 그 정렬된 데이터에서 다양한 검색 알고리즘을 통해 데이터를 검색하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이미 미국, 영국, 캐나다, 중국에서는 양자 컴퓨터를 개발했다. IBM은 QX(Quantum Experience)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 16큐비트 양자 프로세서를 연구자들이  웹페이지를 통해 이용할 수 있게 개방하고 있다. 구글은 자신들의 양자 컴퓨터를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제공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양자 컴퓨터가 기존 컴퓨터의 성능을 뛰어 넘는 'Quantum Supremacy'가 멀지 않았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순간 이동 (Quantum Teleportation)



'Beam up”, “Beam down”의 대사로 대표되는 스타트렉 드라마 속 대표적인 미래 기술 중 하나는 순간 이동이다. 이 말이 안되어 보이는 기술이 사실은 양자 레벨에서는 실험으로 실증이 됐다.

여기에 이용되는 물리적 현상은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이다. 양자 얽힘은 한 쌍 또는 그룹의 입자가 떨어져 있더라도 서로의 양자 상태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순간 이동을 위해서는 세 개의 입자가 필요하다. 두 개의 입자(X, Y)는 양자 얽힘이 되어 있다. 두 입자를 떨어트려 놓는다.  두 입자 사이가 임의의 거리가 되었을 때 X 입자가 입자 Z를 만난다. Z의 양자 정보가 X로 전달 되고 X'의 양자 상태는 순식간에 X에서 Y로 전달된다. Y는 복제된 Z입자로 변형된다. 여기서 문제는 그 과정 중에 Z의 양자 상태가 파괴된다. 만일 사람을 이런 식으로 순간 이동 시키면 원본 인간은 입자 찐득이가 된다.

암흑 물질 (Dark matter)



슈퍼 히어로 TV 드라마 플래시(The Flash )에서는 센트럴 시티의 입자 가속기에서 분출된 암흑 물질로 인해 사람들이 메타 휴먼으로 변이를 일으킨다. 플래시도 이렇게 해서 탄생한다.

암흑 물질은 일반적인 바리온 물질(baryonic matter)과 구분되는 가상의 물질 형태이다. 암흑 물질은 직접 관찰된 바가 없다. 하지만 암흑 물질의 존재는 암흑 물질이 없으면 당혹스러운 많은 천체 현상을 설명한다. 암흑 물질은 전자기 계와 상호 작용하지도 입자를 방출하지도 않아 전자기 분광기에서 보이지 않는다. 암흑 물질이라는 이름은 이런 사실에서 유래한다.


암흑 물질의 존재를 증명하는 여러 현상 중에 대표적인 것이 나선 은하이다. 나선 은하의 팔은 은하의 중심을 중심으로 해 회전한다. 만일 눈에 보이는 빛나는 물질이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의 전부라고 하면 우리는 가운데 무게 중심이 있는 은하를 모델링하고 그 주위를 도는 물질들을 시험할 수 있다. 케플러의 제 2법칙(Kepler's Second Law)에 따르면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회전 속도가 감소해야 한다. 하지만 나선 은하에서는 중심과 바깥의 회전 속도가 차이가 없다. 케플러 법칙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이 차이를 해결할 확실한 방법은 나선 은하의 물질 분포가 태양계 것과는 다르다고 결론 내리는 것이다.

이외에도 중력렌즈(Gravitational lensing), 우주마이크로파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은하단(Galaxy clusters) 등의 연구를 통해 암흑 물질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반물질(Anti matter)



넷플릭스의 시간여행자(Travelers)는 기본적으로 미래의 사람들이 현재로 시간 여행을 하는 이야기이다.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황폐화된 미래를 재건하기 위해 과거로 사람을 보낸다. 이들은 현재의 사람들 중 곧 사망할 사람의 몸에 자신의 의식을 심는 방식으로 시간 여행을 한다. 이들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는 결함이 있는 보관 용기 속에 담겨 이송이 되는 반물질을 탈취하여 결함이 없는 용기로 반물질을 옮긴 후 원래 보관하던 시설로 보내는 것이었다.

반입자는 1928년에 발표된 폴 디락(Paul Dirac)의 방정식에서 예견된 입자이다. 1932년에 전자의 반입자인 양전자(positron)가 발견되었다. 현재는 표준모델의 모든 입자에 대해 질량은 같으면서 전하의 극성이 반대인 반입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리학자들은 반입자가 반원자(antiatoms)나 반분자(antimolecules)를 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입자와 반입자가 합쳐지면 이들은 서로를 소멸시킨다. 소멸 과정에서 이 입자들은 한 쌍의 고 에너지 광자(Photons)를 생산한다. 미공군은 냉전 중 반물질 폭탄을 개발하려 했었다.

보스-아인슈타인 응축(Bose–Einstein condensate: BEC)



넷플릭스가 배급권을 획득한 고스트 워(Spectral)에서는 보스-아인슈타인 응축물이 나온다. 물론 그 응축물은 과학적 사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이론의 이름만을 빌려왔다.

영화는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소속 연구원인 마크 클린(Mark Clyne)이 CIA와 군의 요청으로 몰도바 전쟁이 진행 중인 몰도바로 날아가면서 시작된다. 이곳에서는 군인들이 마크 클린이 개발한 초분광 영상 (Hyperspectral imaging) 고글을 사용하고 있었다. 키시너우 외곽에 위치한 미공군 기지에 도착한 후 마크 클린은 올랜드(Orland) 장군과 CIA 요원 프란 메디슨(Fran Madison)을 만난다.  CIA요원과 장군은 클린에게 군인들이 착용한 초분광 영상 고글에서 촬영된 유령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클린은 이 유령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양자 역학의 모든 입자들은 보손(Boson) 아니면 페르미온(Fermion)이다. 이런 입자에는 원자나 분자도 포함된다. 이 중에 보손은 파울리의 배타 원리를 따르지 않는다. 전자는 파울리 배타 원리를 따르므로 페르미온이다. 보손이 파울리의 배타 원리를 따르지 않는다는 말은 동일한 에너지 레벨에 여러 개의 보손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보스와 아인슈타인은 이 보손 입자들의 온도가 절대영도 가까이 떨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 했었다. 이들은 보손이 가장 낮은 에너지 레벨로 떨어져 보스-아인슈타인 응축물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물질을 만들 것이라 제안했었다.


1990년대 실험실에서 드디어 이 응축물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응축물은 가시적인 크기에서 정량화 할 수 있는 성질을 보였다. 헬륨-4(Helium-4: 보손 가스)가 절대영도에서 2도씨 모자라는 온도로 냉각되면 저항이 하나도 없는 초유체(Superfluid)가 된다. 초유체는 빛의 속도를 기어가는 수준으로 낮추거나 아예 빛을 멈췄다. 초유체를 흔들면 무한히 회전하는 회오리를 만들었다.

EM Drive



올 여름 방송한 미국 CBS의 살베이션(Salvation)에는 EM Drive가 나온다. 지구를 멸망 수준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한 억만장자와 대학생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인공 위성의 중력 견인기(Gravity tractor)를 이용해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고자 한다. 이 인공 위성의 추진기로 사용되는 것이 EM Drive다.


전통적인 화석 연료는 우주 공간에서 장기간 지속되는 임무에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공학자들은 정전기(Electrostatic) 또는 전자기(Electromagnetic)의 힘을 추진력으로 사용할 다양한 방법을 연구 중이다. 이런 로켓의 종류에는 핵 전기 로켓(Nuclear electric rocket), 정전기 이온 추진기(Electrostatic ion thruster), 홀효과 추진기(Hall effect thruster), 전계 방출 전기 추진기(Field-emission electric propulsion) , 플래즈머 추진 엔진(Plasma propulsion engine) 등 다양하다. 

EM Drive는 이런 부류의 엔진 중 하나이지만 물리학의 기본 법칙인 운동량 보존의 법칙에 위배가 되기 때문에 추진력 발생을 관찰했다는 실험 결과가 있음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회의적인 시각에도 지속적으로 실험하는 공학자들이 있는 이유는 이 추진기는 추진제를 사용하지 않아 전기만 있다면 영구적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EM Drive의 작동 원리는 꼬깔 형태의 퍠쇄된 챔버 내부에서 마이크로 웨이브 광자를 반사 시켜 추진력을 얻는다는 것이다. 기존의 이온 드라이브는 추진제를 이온화 시켜 그 이온을 방출했다. EM Drive의 물리적 모순은 차 안에서 사람이 손으로 밀었는데 차가 앞으로 전진했다는 말과 동일한 것이라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광자들이 챔버 안에서 반사되면서 챔버의 온도가 올라가 열교환이 일어나면서 추진력이 발생했거나 아니면 폐쇄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발생되는 양자 터널링( Quantum Tunneling) 효과에 의한 입자 방출로 추진력이 발생했을 가능성 등을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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