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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수학적 이야기 더 정확히는 수학과 연관된 과학 이야기를 풀어보려 시작했던 연재가 어느 덧 고등학교에서 배우게 되는 최종 단계인 적분까지 왔다. 의도적으로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순차적 단계를 밟아 적분까지 글을 이어 올 수 있었다는 것은 뿌듯하다.
적분은 통계/확률과 더불어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 배우게 되는 가장 최신 이론이다. 우리가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적분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확립이 되었으니 정말 최신 중에 최신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고 지금 우리가 누리는 현대 과학 혜택의 많은 부분이 미적분의 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학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적분을 사용하였던, 공학 관련 이론을 유도하기 위해 적분을 이용했던지 간에 19세기 말에서 20세기에 폭발적으로 발전한 공학은 미적분(calculus)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광학 (optics), 유체역학 (fluid mechanics), 열역학 (thermodynamics), 동역학 (dynamics), 공기역학 (aerodynamics), 신호처리(signal processing), 전기공학(electro engineering), 제어공학(control engineering) 등 이 미적분의 힘을 안 빌린 물리와 공학 이론을 찾기가 더 어려워 보인다. 수학 자체 또한 복소수에서 살펴 보았듯이 미적분의 발전 없었다면 해결할 수 없는 난제들이 많았을 것이다.
괜히 ln이 미적분 때문에 자연로그(natural logarithm)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아니다. 미적분이 과학, 공학, 수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인간이 매일 사용하는 10진수도 아니고 컴퓨터가 사용하는 2진수도 아닌 미적분 풀이를 쉽게 해 줄 수 있는 상수 e를 밑수로 하는 log가 자연로그가 되었다.
미적분의 기초 수학의 최종 단계에서 배우는만큼 미적분은 초등학교부터 시작된 기초 수학교육의 총 집합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미적분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삼각함수(Trigonometry), 수열(arithmetic sequence), 로그함수(logarithm), 다항식(polynomial)등 미적분을 배우기 이전까지 배웠던 거의 모든 수학적 지식과 훈련을 필요로 한다. 적분을 배우기 위한 조건 자체도 까다로운데 적분의 분석적(analytical) 풀이는 이 모든 요소들을 응용해야하는 고차원적인 수학적 테크닉을 요구한다.
적분은 고등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최고의 고급 수학 기술이고 공대생들에게는 필수 기초과목이지만 공대생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전혀 필요하지 않는 수학 테크닉이기도 하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졸업과 동시에 기억 속에서 깔끔하게 지워버린다. 공대생이라도 해도 다른 이론을 배우기 위한 미적분 지식은 사실 대부분 아주 초보적인 수준만 필요하기 때문에 기본 지식 이외의 다른 테크닉은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린다.
사실상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는 기초가 아닌 기초수학을 가르치는 셈이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미적분은 대학 진학 후 필요한 과에서 필수 기초 과목으로 1학년 1학기에 수강하도록 하는 것 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더 필요하다면 2학기 때에 다변수 적분을 교육해도 대학 4년 내에 필요한 전공 지식을 습득하는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괜히 고등학생들이 머리 싸매고 미적분 풀이를 하는데 시간을 낭비시키지 말고 오히려 그 시간에 미적분의 기초가 되는 교육과 창조적 발상을 할 수 있는 훈련에 더 투입하는 것은 어떨까 ? 기초가 확실하다면 미분부터 다변수 적분까지 배우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깐 말이다. 서양애들과 한국 학생들이 고등학교 수학까지는 실력차가 날지 모르지만 대학 들어가서는 아예 차이가 안 나던가 더 앞서가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고급 수학 테크닉을 익히는 것이 얼마나 쓸데 없는 짓인지는 대학에서 공부하는 순간 느끼게 된다. 말 나오김에 우리나라 현재 수학교육의 문제점을 더 지적하자면 용어를 아무 쓸데없는 한국어로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우리가 수학을 주도하는 나라가 아니다. 모든 볼만한 자료는 다 영어로 되어있는데 용어를 한국어로 교육시켜 보아야 무슨 쓸모가 있는가? 어차피 대학 가면 수학 용어를 다시 익혀야 한다. 대학 교육의 기초를 다지겠다면 애초에 영어로 용어를 가르쳐야 하고 그게 아니라 기초 소양으로 수학을 가르치는 것이라면 고등학교 교육에서 미적분은 빠져야한다고 생각한다.
현대 적분의 발전을 이끈 것은 미분이다. 현대 적분의 분석학적(analytical) 풀이는 antideravitive로 행해진다. antideravitive가 알려지지 않은 함수는 분석적 풀이가 불가능하던가 굉장히 복잡하고 어렵다. 하지만 수학자들이 처음 풀려고 고민했던 문제는 미분이 아니라 적분이었다. 미분은 오히려 적분 연구 과정에서 발생된 파생물 성격이 짙다.
적분의 역사를 알아보는 것은 미적분을 공부하는데 꽤 유용하다. 적분의 최초 쓰임새가 무엇이었고 왜 우리가 미적분을 처음 배울 때 수열, 극한, 미분, 적분의 순서로 공부하는지에 대한 색다른 관점을 얻을 수 있다.
적분의 한자 積分과 영어 단어 Integral에서 볼 수 있듯이 나눠져있는 것을 합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수학 역사학자들은 적분의 시작을 기원전 그리스 시대에 원의 면적을 계산하기 적용한 method of exhaustion으로 보고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원의 면적을 계산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원의 내부를 작은삼각형으로 쪼개어 그 삼각형 면적을 계산해 합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아르키메데스가 파이 (π)값을 계산한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작성한 글에서 가져온 그림이지만 면적을 구하기 위해 원을 분할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쪼개는 삼각형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오차가 줄어는 것은 이해를 했지만 현대의 극한 개념까지는 이해를 하지 못했기에 결국 오차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하지만 원의 면적은 반지름 제곱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성과를 냈다. 이 연구에 기여한 그리스 수학자의 계보는 안티폰(Antiphon) --> 에우독소스(Eudoxus) --> 유클리드(Euclid) --> 아르키메데스(Archimedes)이어지고 이들의 연구 결과물들은 아르키메데스의 The Method라는 스크롤의 복사본으로 현대에까지 전하고 있다. 기원전에 이미 이런 놀라운 결과물을 남겼지만 이후로 인류는 이들의 연구에서 거의 2천년 동안 아무런 발전을 이루지 못한다 .
그러다 다시 적분 연구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17세기 케플러(Johannes Kepler)가 도형의 면적과 물체의 부피를 무한히 많은 극소의 요소들의 합으로 생각하면서 그리고 갈릴레오(Galileo Galilei)가 시간-속도로 구성된 그래프에서 등가속도 운동을 하는 물체를 묘사한 곡선 아래의 면적이 물체가 운동한 거리라는 사실을 알아내면서였다. 이 두 사람의 연구를 통합한 사람은 현대 적분 연구의 선구자로 수학 역사학자들이 생각하는 카발리에리(Bonaventura Cavalieri)이였다. 적분 연구에서 카발리에리 이전 시대와 이후 시대가 나누어지는 이유는 극한(limit)과 유사한 개념을 도입하여 도형의 면적을 구했다는 점이다. 카발리에리는 아주 잘게 잘라 더이상 나누어 질 수 없는 조각들을 "indivisibles"이라 명명했다. 카발리에리의 방법을 이용해 어떻게 포물선(parabola)의 적분을 구할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이 방법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마도 교실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게되는 antiderivative를 이용하지 않는 적분이면서 또한 중간점 리만 합(midpoint Riemann sum)이라는 적분의 가장 기초적인 수치해석 방법과 대단히 유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포물선과 x축 사이의 넓이를 구하고자 한다. 그러기위해 우리는 직접적으로 면적을 구하지 않고 일단 포물선을 둘러싼 사각형의 면적과, 포물선과 x축이 둘러싼 영역의 면적 사이의 비율을 먼저 알아 볼 것이다. 포물선(parabola)의 면적을 구하기 위해 포물선을 m번째 사각형 밑변이 [m-1/2, m+1/2] , 높이는 이 되도록 분활한다. 그렇게 분활된 포물선이 위의 그림에서 보여지고 있다. 포물선을 분활한 사각형들은 모두 1(m+1/2 -(m-1/2) = 1)의 밑변을 가진다. 사각형의 높이는 포물선 함수의 정의에 따라 이다. 따라서 포물선을 분할하는 각각의 사각형의 넓이는 이 된다. 포물선을 둘러싼 사각형의 밑변의 길이는 m+1이며 높이는 이 된다. 따라서 그 사각형의 면적은 (m+1)이다. 그러므로 비율은 다음과 같은 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우리는 이 식을 단순화 시킬 수 있다. total area of m rectangle의 식은 어디서 많이 보던 식이다. 이 식의 값을 구하는 공식은 원래는 파울하버의 공식(Faulhaber's formula) 이지만 한국어로 검색할 때는 네이버에서 수열의 합으로 검색하면 의 값을 구하는 공식을 찾을 수 있다. 수열 문제는 수학의 아주 오래된 고전적 주제인데 공식을 유도하는 과정이 매우 창의력이 넘치므로 시간 날 때 한 번 찾아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공식을 기억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컴퓨터로 무엇이든 검색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시시콜콜 저런 공식까지 외워야 할까? 검색어만 기억해도 되지 않나? 아무튼 저 값의 합을 구하는 공식을 인터넷에서 찾으면 아래와 같은 식을 볼 수 있다.
이 식을 대입해 식을 단순화 하면
이 된다. 이 단계에서 1/6m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적분 연구를 다음 단계로 발전 시키느냐 아니면 2천년전 수준에서 머물게 하느냐가 갈렸는데 칼리에리는 정확히는 현대적 극한의 개념은 아니지만 m이 대단히 큰 값이 되었을 때 1/6m이 0에 수렴하는 것을 보았다. 이를 현대적 수학 표기법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이 결과는 포물선과 x축 사이의 면적은 그 포물선을 둘러싼 사각형의 1/3 크기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그 사각형의 면적을 구하면 포물선의 면적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면적을 구하고자 하는 포물선의 x범위가 0에서 m까지라면 그 포물선을 둘러싼 사각형의 높이는 , 밑변의 길이는 m이 되므로 사각형의 면적은 이 된다. 포물선의 면적은 이 사각형의 1/3이 므로곡선과 x축 사이의 면적은 이 됨을 알 수 있다. 이 결과는 우리가 지금 antiderivative로 구한 결과와 일치한다. 페르마(Pierre De Fermat)는 이런 다항식(polynomial)의 적분 공식을 일반화 시켰다. 일반화 시키는 방법이 꽤나 복잡하므로 여기서 소개하지는 않고 결과만을 소개한다. 그 결과는 의 적분 값은 아래와 같는 것이다.
칼리에리가 적분 연구의 변환점이 되는 아이디어를 제공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런 결과물들이 미적분 연구를 급속도로 발전 시키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었다. 진정한 미적분의 연구의 혁명을 가져 온 것은 뉴턴과 라이프니츠였다. 두 사람은 각자 따로 연구해서 미분과 적분이 역관계에 있음을 밝혀 내었다. 이 발견은 대단히 중요하다. 비교적 쉬운 미분의 결과를 이용해 대단히 복잡한 함수를 분석학적으로 적분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적 용어로 일종의 hacking(해킹) 또는 reverse engineering(역공학)이라 부를 만하다. 현대의 분석학적 적분 풀이는 바로 이 아이디어를 이용한다.
뉴턴(Isaac Newton)은 우리가 미적분의 아버지로 잘 알고 있지만 사실 우리가 현대에서 사용하는 적분 기호들은 라이프니츠( Gottfried Wilhelm Leibniz)가 처음 도입한 것이다. 바로 아래 기호가 라이프니츠 기호이다.
는 영문 알파벳 s를 길게 늘린 형태이고 "summation"을 의미한다. dx는 면적을 구하기 위해 x축을 따라 잘게 분할 했을 때 그 분할 간격 를 나타낸다. 즉 이 기호는 의 값을 모두 합한다는 의미가 된다. 뉴턴이 물리학에서 미적분의 응용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에 더 유명한지 모르겠지만 수학적인 관점에서는 라이프니츠가 도입한 기호들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이런 수학기호들 덕분에 다변수 적분(multiple integration)에 대한 이해도 쉬워졌으니 말이다.
이 두 사람이 미분과 적분 사이의 역관계 개념을 제시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수학적으로 완전히 증명하고 이론화 하는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극한의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극한의 개념은 19세기에 들어와서야 정립이 되었다. 1823년 프랑스 수학자 오귀스탱 코시(Augustin Louis Cauchy)는 현대 적분이론 확립하는 중요한 주장을 들고 나온다. 미분과 적분 사이에 단순히 역관계가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면 적분을 정의해야하며 그 적분이 존재함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코시가 주장한 것이 현재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적분 가능이라 부르는 개념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연속인 함수는 적분 가능하다고 배우고 연속 함수에 대한 정의를 미적분 시간 초반에 공부한다. 사실 연속인 함수는 모두 적분 가능하다는 정리는 실수계(Real number system)에서만 참이고 복소수계(Complex number system)에서는 연속이더라도 항상 적분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면 복소해석학 (complex analysis) 책을 찾아 보도록 하자.
코시의 또 다른 중요한 업적은 우리가 오늘날 <미적분학 기본정리>(the Fundamental Theorem of Calculus)라 부르는 것을 처음으로 증명했다는 것이다. 코시의 이 증명과 함께 2천년전 고대 그리스인들이 처음 발견했던 미적분학이 드디어 현대적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사실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런 정밀한 정의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어떤 문제에 해당 수학 이론을 창의적으로 적용하고자 할 때는 이런 세세한 정의들을 소홀히 다룬다면 자신의 생각과는 아주 딴판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문제는 정의에 따라 그 수학 이론이 적용될 수 없는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적분학의 풀이들이 코시 이전에 존재했었다 하더라도 바로 이런 코시의 정리로 인해 미적분학은 단순 수학 이론에서 공학 이론으로 그리고 더 정교한 학문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수학의 역사를 학교에서 잘 가르치지 않는 것은 조금 아쉽다. 수학 이론의 역사를 알면 우리가 그 이론을 보았을 처음에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인류가 세상을 보는 관점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볼 수 있고, 인류의 시각이 확대되는 과정을 보는 것은 전쟁의 역사를 보는 것 만큼이나 흥미로우며, 현재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한 교훈도 얻을 수 있다. 교실에서 좀 더 체계적인 수학 역사 교육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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